송봉준 변호사
송봉준 변호사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가 일상화된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많은 전문 영역에서 과거 관련 직역 전문가들만이 독점하다시피 한 전문 지식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사를 찾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증상과 그에 대한 처방에 대해 알아보고, 또 변호사를 찾기 전에 공개된 법령이나 판례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상황에 대한 법적 지식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AI 기술이 전문가의 도움을 대신하기도 하는 바, 분야에 따라 현재의 기술 수준이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의료분야에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상당 부분 초벌(?) 진단을 하고 이를 의사들이 활용하기도 하는 상황이며, 외국에서는 인공지능이 개략적인 법률상담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건축설계 분야도 마찬가지로서 스케치 수준의 도면은 인공지능이 어렵지 않게 수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는 전문가의 입지를 좁히기도 하지만,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대세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가로 하여금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보다 심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견인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법제 하에서 인공지능이 전문가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를 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고,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이익을 대가로 하여 법률사건에 대해 법률상담을 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건축법과 건축사법 또한 일정한 규모 이상의 건축에 관하여는 건축사만이 설계 등을 행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변호사, 건축사 등 전문가가 관련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관련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하여 의료를 행하고 법률상담을 하고 설계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지만, 기술의 발달은 비전문가,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상당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 법률상담, 설계 등 전문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더더욱 그 지경이 높아질 것입니다.
 

가깝거나 또는 먼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현재의 질서 하에서 건축과 관련하여 살펴보자면,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에 관하여는 건축사가 아니면 설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으며, 또 설계와 감리에 관한 업무를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고 업(業)으로 하고자 하려면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건축물의 입지와 조건, 용도를 입력하면 개략적으로 건축물의 설계도를 제공하는 업무는 건축법 등이 규정한 규모 이상인 경우에는 무상으로 맛보기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도 건축사가 하지 아니하면 위법이고, 또 해당 규모 이하라고 하더라도 보수를 받고 업(業)으로 영위하게 되면 역시 위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업(業)으로 한다는 말은, 예를 들어 그냥 지인을 위해 소규모 도면을 한두 번 정도 그려주는 정도를 넘어서, 일반인을 상대로 보수를 지급하게 하여 영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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